마라넬로의 자존심, 페라리가 전통적인 빨간색을 잠시 내려놓았다. 2025년 포뮬러 원 시즌 여섯 번째 경기가 열리는 미국 마이애미 그랑프리에서, 페라리는 파격적인 색상 변화를 시도하며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이번 주말 레이스에서 루이스 해밀턴과 샤를 르클레르가 운전하는 SF-25 머신은 차량 후방에 상징적인 붉은색 대신, 타이틀 스폰서인 HP를 상징하는 전기 블루 색상을 입혔다. 이 특별한 리버리 디자인은 리어윙과 네 바퀴까지 모두 적용되어 강한 인상을 남긴다.
앞부분은 기존 디자인을 유지해 차량 전체가 비대칭 구조를 이루며 독특함을 더했지만, 이런 시도는 전통을 중시하는 일부 팬들에게는 혼란을 주고 있다.
페라리는 차량뿐만 아니라 두 드라이버의 레이싱 슈트까지도 전면 교체했다. 빨간색을 완전히 배제하고 파란색과 흰색의 조합으로 새롭게 탄생한 슈트는, 이번 디자인 변화가 단순한 스타일 변경을 넘어선 새로운 방향임을 상징한다.
이에 대해 페라리는 “이번 리버리는 단순한 외관 변화가 아니라, 기술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미래를 함께 그려나가고자 하는 두 기업의 공동 비전과 야망을 나타내는 실질적인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HP와의 파트너십은 올해로 2년째다. 이미 2024년 마이애미 GP에서도 차량 측면과 헤일로에 파란색 요소가 도입됐으나, 이번과 같은 전면적인 변신은 없었다. 당시와 비교해도 이번 변화는 훨씬 눈에 띄며 대담하다.
이번 그랑프리는 마케팅 측면에서 모든 팀에게 중요한 이벤트로 여겨지며, 다른 팀들도 이에 맞춰 변화를 시도했다. 레이싱 불스는 자사의 스폰서인 레드불의 신제품 홍보를 위해 마젠타 컬러로 리버리를 전환했고, 스테이크 F1 팀(구 사우버)은 기존의 녹색과 검정 색상은 유지하면서 일부 디테일에 변화를 줬다.
페라리의 대대적인 변신은 호불호가 갈리고 있지만, 포뮬러 원이 점점 더 브랜드 마케팅의 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로 평가된다. 이번 마이애미 GP에서 이들이 어떤 성과를 보여줄지, 팬들과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