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택시의 두 얼굴: 서울은 ‘신뢰’를, 런던은 ‘생존’을 앓고 있다

지구촌 택시의 두 얼굴: 서울은 ‘신뢰’를, 런던은 ‘생존’을 앓고 있다

택시 문을 열고 탈 때 우리가 기대하는 건 단순하다. 정당한 요금을 내고 목적지까지 무사히 가는 것. 하지만 요즘 주요 도시의 택시 업계를 들여다보면 이 당연한 명제가 꽤나 복잡한 양상으로 흔들리고 있다. 바가지 요금으로 얼룩진 오명을 씻어내려는 서울, 그리고 산업 자체가 쪼그라들며 생존의 기로에 선 런던의 이야기는 현재 글로벌 택시 시장이 직면한 완전히 다른 두 가지 형태의 진통을 보여준다.

서울, 바가지 요금과의 전쟁과 영수증의 진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서울 택시는 꽤 오랫동안 ‘눈 뜨고 코 베이는’ 경험의 온상으로 지적받아 왔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노려 미터기 요금을 부풀리거나 부당한 할증을 얹는 일부 얌체 기사들 때문이다. 결국 서울시가 칼을 빼들었다. 지난달부터 결제기 운영사들과 손잡고 택시 영수증에 최종 요금과 승하차 시간은 물론이고, 심야 및 시계외 할증(서울을 벗어날 때 붙는 추가 요금) 여부까지 전부 영어로 박아 넣기 시작한 거다. 기존 한글로만 찍혀 나오던 종이 영수증이 할증제를 악용하는 꼼수의 가림막 역할을 해왔다는 뼈아픈 자성에서 나온 조치다.

실제로 단속망에 걸린 사례들을 보면 혀를 내두르게 된다. 작년 12월, 김포공항에서 외국인 승객을 태우고 연희동까지 달린 한 택시 기사는 미터기에 뻔히 3만 2,600원이 찍혀 있는데도 멋대로 5만 6,000원을 받아 챙겼다가 덜미를 잡혀 행정 처분을 받았다. 2025년 6월 택시 내부에 도입된 QR 불편신고 시스템을 통해 작년 연말까지 접수된 외국인 신고만 487건. 그중 상당수가 이런 부당 요금과 관련된 불만이었다고 하니, 시스템 하나 바꿨다고 하루아침에 업계가 정화되진 않겠지만 최소한 억울하게 지갑을 털리는 일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런던 블랙캡,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서울이 일부 기사들의 일탈을 잡고 시스템의 투명성을 높이는 ‘소프트웨어’ 개선에 매달리고 있다면, 런던의 고민은 훨씬 더 무겁고 본질적이다. 영국의 명물인 블랙캡(Black Cab) 기사들과 차량의 숫자가 그야말로 곤두박질치고 있기 때문이다.

런던교통공사(TfL)가 내놓은 2026년 5월 초 데이터를 보면, 현재 런던의 면허 택시 기사 수는 1만 5,938명에 불과하다. 10여 년 전인 2013/14년 무렵 2만 5천 명을 훌쩍 넘겼던 황금기와 비교하면 거의 반토막에 가까운 수준이다. 팬데믹이 이 하락세에 직격탄을 날린 건 맞지만 단순히 전염병 탓만 하기는 어렵다. 사람들의 이동 패턴이 완전히 달라졌고, 무섭게 치솟는 차량 유지비와 기사들의 고령화가 맞물려 업계 전체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2019/20년에서 단 1년 만에 기사 수가 1,500명 넘게 증발했던 충격에 비하면 최근 2년 사이 감소세가 다소 둔화되긴 했어도, 여전히 지난주 기준 신규 기사 면허 발급은 고작 8건에 그쳤다.

차량 대수도 사정은 비슷하다. 2010년대 초반 2만 3천 대를 호가하던 블랙캡은 이제 1만 3,676대(최근 주간 기준)까지 쪼그라들었다. 신규 차량 면허도 단 4건 발급됐다. 바닥을 찍고 아주 미세하게 안정화되는 기미가 보이긴 하나, 시장 자체가 예전보다 훨씬 낮은 체급으로 강제 재편되고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살아남기 위한 체질 개선, 친환경이 답이 될까

흥미로운 건 이 암울한 지표 속에서도 런던 택시 업계가 꽤나 급진적인 변화를 이뤄내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무공해 택시(Zero Emission Capable, ZEC)의 폭발적인 도입이다. TfL의 엄격한 환경 규제 덕분이라고는 하나, 현재 운행 중인 블랙캡 10대 중 7대(약 9,505대)가 무공해 차량으로 탈바꿈했다. 환경 친화적인 런던을 만드는 데 택시가 앞장서고 있는 셈이며, 이는 현대 런던 택시 시장을 정의하는 가장 뚜렷한 특징이 되었다.

하지만 깨끗한 차를 굴리는 대가는 비싸다. 친환경 차량의 높은 초기 구매 비용, 살인적인 보험료, 팍팍한 금융 조건들은 여전히 기존 기사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고, 새로운 피가 수혈되는 것을 가로막는 거대한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은 무너진 신뢰를 영문 영수증 한 장으로 다시 쌓아 올려야 하고, 런던은 텅 빈 운전석을 친환경의 비전으로 채워 넣으며 버텨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서로 전혀 다른 곳을 쳐다보는 듯하지만, 두 도시의 상황이 겹쳐 보이는 이유는 명확하다. 변화하는 시대의 압력 속에서 택시라는 이동 수단이 어떻게든 승객의 일상 속에 살아남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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