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가 플로리다에서 29기의 스타링크 인터넷 위성을 지구 저궤도로 쏘아 올린다. 이번 임무를 지원하는 1단 부스터는 무려 16번째 비행에 나서는 그야말로 산전수전을 다 겪은 기체다. 스페이스X에 따르면 이 발사체는 이전에 Crew-9, RRT-1, 파이어플라이 블루 고스트 미션 1, Fram2, SXM-10, MTG-S1, 에코스타 XXV를 비롯해 8번의 스타링크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이력을 자랑한다. 단 분리를 마친 부스터는 대서양 해상에 대기 중인 무인 드론선 ‘A Shortfall of Gravitas’에 착륙을 시도할 예정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스페이스 코스트에서는 ULA(United Launch Alliance)의 아틀라스 V 로켓 발사까지 연달아 잡혀 있어, 이 일대는 우주 산업의 활기로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해 보인다.
하지만 궤도를 향해 순항 중인 스페이스X와는 대조적으로, 경쟁사 블루 오리진이 마주한 현실은 꽤나 가혹하다. 제프 베이조스가 이끄는 블루 오리진의 뉴 글렌(New Glenn) 로켓이 플로리다에서 테스트 도중 폭발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케네디 우주 센터에서 동부 표준시 기준 오후 9시로 예정되어 있던 연소 시험(hotfire test) 직후, 거대한 불덩이가 발사대를 통째로 집어삼켰다. 폭발 규모가 어찌나 컸던지 남쪽으로 185km나 떨어진 포트 피어스에서조차 오렌지빛으로 물든 밤하늘이 훤히 보일 정도였다.
사측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번 폭발을 ‘비정상적 상황(anomaly)’이라 칭하며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창업자인 베이조스 역시 엑스(X)에 글을 올려 직원들이 모두 무사하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정말 험난한 하루(very rough day)”라며 씁쓸한 속내를 굳이 감추지 않았다.
진짜 문제는 이 찰나의 폭발이 향후 2년 안에 달에 인류를 다시 보내고 기지를 짓겠다는 나사(NASA)의 야심 찬 로드맵 전체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다는 데 있다. 불과 폭발 며칠 전 화요일, 나사는 200억 달러 규모의 달 기지 건설을 위해 올해 계획된 세 차례의 임무 중 그 첫 번째 발사를 책임질 사업자로 블루 오리진을 선정했다고 발표한 터였다. 게다가 블루 오리진은 1972년 이후 처음으로 우주비행사를 달 표면에 착륙시킬 2028년 아르테미스 4호 임무의 달 착륙선 제공을 두고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던 참이었다.
제러드 아이작먼 나사 국장은 이번 폭발 직후 엑스를 통해 기존 일정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해졌음을 시사했다. 그는 “우주 비행은 무자비하며, 새로운 대형 발사 능력을 개발한다는 것은 극도로 어려운 일”이라고 토로하며, 이번 사태에 대한 철저한 원인 조사를 지원하고 단기 임무에 미칠 파장을 평가해 조속히 로켓 발사를 재개할 수 있도록 파트너들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아르테미스 및 달 기지 프로그램에 미칠 구체적인 영향은 상황이 파악되는 대로 덧붙여질 전망이다.
베이조스는 “아직 근본적인 원인을 알기엔 이르지만 이미 규명 작업에 착수했다”며, “다시 고쳐 지어야 할 것들은 무엇이든 재건해서 다시 비행에 나설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그의 말처럼 이 모든 험난한 과정이 과연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It’s worth it)” 결과를 낳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우주는 여전히 인간의 작은 틈조차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