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삼성전자 사내망이 꽤나 술렁였다. 올해 하반기 ‘목표달성 장려금(TAI)’ 지급률이 전격 공지됐기 때문이다. 실적을 바탕으로 소속 사업부문과 사업부 평가를 거쳐 월 기본급의 최대 100%까지 차등 지급되는 이 보너스는 다가오는 24일 직원들의 계좌로 꽂히게 된다. 회사 내부의 현주소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인 만큼, 각 부서의 희비도 확연히 엇갈렸다.
이번 하반기 잔치의 진정한 주인공은 단연 메모리사업부와 반도체연구소였다. 나란히 최고 한도인 100%의 TAI를 챙겼다. 올해 상반기 고작 25%를 받아 들고 아쉬움을 삼켰던 것을 떠올리면 그야말로 극적인 반전이다. 이 폭발적인 상승 기류의 배경에는 글로벌 기술 시장을 강타한 AI 트렌드가 자리 잡고 있다. AI 인프라 투자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면서 범용 D램 가격이 덩달아 튀어 올랐고, 무엇보다 핵심 승부처인 HBM(고대역폭 메모리) 시장에서 공급 고객사 풀을 성공적으로 넓힌 것이 주효했다. 지난 반도체대전(SEDEX 2025) 당시 부스 한가운데 실물을 전시하며 자신감을 내비쳤던 6세대 HBM4와 HBM3E의 묵직한 존재감이 고스란히 실적으로 증명된 셈이다. 증권가에서도 당장 상반기 6조 3천500억 원대였던 메모리사업부 영업이익이 하반기 23조 원 이상으로 폭증하며 연간 30조 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물론 DS(반도체) 부문 내 모든 조직이 축포를 쏜 건 아니다. 시스템LSI와 파운드리는 이번 하반기 25%의 지급률에 머물렀다. 당장의 숫자만 보면 다소 씁쓸할 수 있겠지만, 시장 밑바닥에서 감지되는 기류는 사뭇 다르다. 오히려 조만간 이들의 성과급 봉투가 두꺼워질 것이란 강력한 시그널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현재 글로벌 AI 칩 수요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는 업계 1위 TSMC가 첨단 공정 캐파(생산능력) 부족으로 한계에 부딪히면서, 그 거대한 틈새를 파고든 삼성전자 파운드리 쪽으로 굵직한 물량들이 넘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과 AMD는 물론이고 테슬라, BYD 같은 글로벌 큰손들이 칩 생산의 병목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앞다퉈 삼성전자의 문을 두드리는 중이다. 절대강자의 생산 라인이 과부하에 걸린 상황에서, 삼성에게는 수주를 싹쓸이할 수 있는 거대한 판이 깔리고 있다.
반도체의 그늘 밖,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의 성적표도 흥미롭다. 올해 하반기 전선에 투입된 갤럭시 Z 폴드와 플립 7이 시장에서 쏠쏠한 판매고를 올리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고, 덕분에 모바일경험(MX) 사업부는 부문 내 최고치인 75%라는 넉넉한 성적을 받아 들었다. 의료기기사업부와 네트워크사업부 역시 75%의 TAI를 확정 지으며 제 몫을 해냈다. 반면 영상디스플레이(VD)와 생활가전사업부는 각각 기본급의 37.5%로 다소 차분하게 하반기를 마무리 짓게 됐다.
최근 1개월 내 보고서를 낸 11개 증권사의 컨센서스를 모아보면,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성적표는 매출 331조 1천353억 원, 영업이익 41조 4천295억 원 수준에 수렴할 것으로 예측된다. 압도적인 현금 창출력을 회복한 메모리 사업의 화력에, 글로벌 빅테크들의 러브콜이 쏟아지는 파운드리의 잠재력이 본격적으로 얹혀지는 형국이다. 거대해진 AI의 파도 위에서 삼성이 올라탄 지금의 궤적이 향후 글로벌 반도체 지형도를 어떻게 흔들어 놓을지, 시장은 이미 새로운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